개호시설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시는 어르신을 옆에서 바라보며 (에세이)

일본 노인 요양원에서 일상 에세이 입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어르신


1.어르신과의 만남

출근 후 얼마지나지 않아 3층에서 1층으로 남자 어르신 한 분이 내려오셨다.

이 어르신은 2주일 전에 시설로 입소하신 남성 어르신이다. 인지증 판정을 받고 나서도 본인의 자택에서 계속 생활 하셨으나, 더이상 스스로의 인지능력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해 나가기가 어렵다고 스스로 판단하신 후에 시설로 입소하신 분이다.

일반적으로 인지증이 있는 노인은 가족의 의뢰로 시설에 입소한다. 

하지만 이 어르신은 가족이 없으시다. 오랜 기간 홀로 생활 하셨던 분이시다. 한국표현으로 독거노인 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스스로의 판단으로 시설에 입소 하시겠다며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았을 때, 속으로 대단 하신 분이다 라고도 생각했으며, 한 편으로는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다. 

본인의 앞날의 걱정을 본인 스스로 고민하며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왠지 안쓰러웠다. 

물론 이 분 주위에 이 분을 책임지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는 '후견인 제도'가 있다.

장애 혹은 심신미약 상태의 사람을 대신하여 재산 혹은 신변에 대한 일정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을 '후견인'이라고 하며, 이에 관계 있는 제도가 '후견인 제도'이다.

2. 불현듯 찾아 온 귀가 본능.


가장 일반적인 보호자는 물론 가족이다. 보통의 경우, 해당 노인의 자녀들이다. 

그러한 이유로 시설에서는 중요한 상담은 가족과 진행을 한다.

시설에서의 외출도 가족의 동행 없이 이용자 노인 홀로 외부로 나가는 것은 어렵다. 당연하다. 주위 사물을 판단할 인지능력이 없는 분을 어떻게 혼자 외부로 가도록 내버려 두겠는가.

당장 시설의 문 밖으로 나갔을 경우, 행방불명이 되거나 소재 불분명 상태가 될 것은 100% 인 상태인 사람들이다.

직원들이 알아채지 못한 때에, 이용자 혼자 시설 외부로 나가 난리가 난 적이 여러번 있다. 한국 이건 일본 이건 어느 시설이나 이런 경험은 있을 것이다. 

개호시설은 신체를 구속하여 통제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저 인지증 노인의 생활을 옆에서 돕는 복지시설이며 공간일 뿐이다. 인지증이 있는 분들의 신체 혹은 생활전반을 구속할 권한도 없고 그럴 여건도 되지 않으며 그래서도 안되는 곳이다.

그러한 이유로, 인지증 노인이 외출할 때에는 가족들이 동행한다.

시설에서도 그것을 권장하며, 가족들이 자주 와서 본인들의 부모를 모시고 나가서 식사라도 하고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런 자녀들은 의외로 적다.

시설에 들어올 때 한번, 건강상의 악화로 이용자 노인이 시설에서 나가실 때 한번 그렇게 딱 두 번 가족의 얼굴을 보았던 이용자도 적지 않다.(이 글을 읽는 당신은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되지 않기를 개인적으로 바란다)

갑작스레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이용자 어르신에게 갑자기 이렇게 혼자서 밖으로 나가실 수 없다고 알려드렸다.

그 때부터 이 어르신의 화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여기가 한 번 들어오면 절대로 못 나가는 곳 이었는가?"

"내가 내 발로 나가겠다고 하는데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왜 나를 막아!"


3. 이용자와 시설의 입장 차이.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홀로 보내드릴 순 없었다.

한쪽에서는 이 어르신을 말리고 그리고 설득하고 있었으며, 다른 한 쪽에서는 이 어르신의 후견인에게 전화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후견인 에게 연락이 바로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체되었다.

참고로,일본에서는 독거 노인들의 후견인은 '사법서사'가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냥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름 본인의 직장 혹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24시간 대기상태로 있는 사람들이아니다.

그럼에도 이 후견인은, 이 어르신이 입소한 후 거의 매일 시설에 방문하고 있었다.

몇 차례 후견인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왠지 후견인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러자 이 어르신은 더욱 더 폭발하기 시작했다.

유리로 된 현관문을 때려 부술듯이 쾅쾅 치기 시작했다. 유리문을 부셔서 나갈 생각인 듯 행동하셨다.

유리문이 깨질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지만, 다행해 깨지지는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견인에게 연락이 닿아 그 어르신과 통화를 하도록 연결하였다. 전화기 너머의 후견인을 향해서도 욕설을 퍼붓는 어르신을 보게되었다. 

한참을 대화를 주고 받은 후에야, 이 어르신은 잠잠해 지셨다. 옆에서 들어본 결과, 지금 당장은 어렵고 내일 시설로 가겠으니 내일 집으로 함께 가자고 약속을 하는 것 같았다.

일단, 우리는 한 숨 돌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 어르신은 조금 진정이 되신듯 본인의 방으로 다시 돌아가셨다.

4. 오후에 다시 시작된 소란.


오후 4시 정도 갑자기 위층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위층에서 나는 소리는 평소에는 거의 들려질 수 없다.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시는 내용이 생생하게 들렸다.

"왜 나를 집에 못 가게 하는가!"

"너네들이 뭔데 나를 막는가!"

오전에 발생했었던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부랴부랴 2층으로 올라갔다. 상황은 오전의 일보다 더 심했다.

이 어르신은 2층의 베란다로 나가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다른 남자 직원이 뒤에서 양 팔을 붙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원참, 이건 또 무슨 상황이라니.

여기가 사람 가두어 두는 교도소도 아니고, 그렇다고 강제 입원시키는 정신병동도 아니고 저렇게 뛰쳐나가겠다고 하는 모습은 내가 이 곳에서 근무한 5~6년동안에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분이 최초이다.

아니, 여기가 싫으면 그냥 이 곳과 맺었던 계약을 해지하고 나가면 그만이다.

여기가 그렇게 싫으신 것인가? 

우리 시설은, 나름대로 지역사회에서 평판이 좋아서 항상 입소하고자 하는 어르신들이 대기중이다. 일단, 신청을 해 두고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다.

그러나, 우리 시설에 빈 방이 생기지 않은 이상 입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그저 기다리고만 계시는 분이 정말 줄을 서있다.

상황은 어찌어찌 일단락 되고, 시설장은 이 어르신이 여기에 머무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판단을 하고 후견인이 오면, 그 어르신과 후견인 그리고 시설장과 이야기를 한 후, 퇴소 조치를 권유 하려고 할 예정이었다.

그렇다. 그냥 계약 해지를 하고 우리 시설에서 나가시면 되는 것이다. 베란다로 뛰어내리려고 하시다니. 맙소사.

5. 어르신 본인의 집에 다녀 오시다.


결국, 그 어르신의 후견인은 부랴부랴 시설로 왔고 그 어르신을 모시고 집으로 일단 다녀왔다.

아마 이 어르신도 본인의 후견인과 여러 상담을 거친 후에 우리 시설로 들어 오셨을 것이다.  

아침에 내려오신 어르신은 돌연 집에 돌아가 집을 살펴 봐야 한다고 하며 다녀오셨다.

아마도 어제 부터 뉴스에서 계속 송출되는 태풍에 관한 이야기가 귀가 본능을 자극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몇 주간 비워 놓았던 집이 그저 걱정되었을 수도 있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싶은 마음이 생겼을 수도 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어르신이 평생을 고생해서 노년에 마련한 작은 집이었다. 그만큼 애착이 강하신 것 같았다.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일본에는 빈곤층이 너무 두텁다. 한국에서 바라보는 일본은 부자의 나라이며, 선진국으로 보여질지 모르지만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내가 경험한 일본의 일반 서민들은 정말로 빈곤했다.

나도 처음에는 검소 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생각이 바뀌었다. 검소한 것과 빈곤한 것은 차이가 있다. 이건 빈곤이다.

그러한 이유로, 본인의 집을 장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본인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다.

이 어르신은 아마 평생을 고생하며 작은 집을 마련 하셨을 것이다. 거기에서 오는 애착 이었을까 싶다.

6. 퇴소 면담


집에 다녀오신 어르신과 후견인, 그리고 시설장 3인 상담이 시작되었다.

시설장은 시설 퇴소 권유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나 싫어 하시는데, 이 곳에 계실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시설장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 개호시설은, 아니 일본 전체의 개호시설은 사람의 행동 강제할 권리도 없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기본적으로 개인의 선택에 맡길 뿐이며, 시설별로 소소한 규칙이 있을 뿐이다. 그러한 것들이 본인과 맞지 않다면, 다른 시설을 찾아서 입소하면 된다.

2시간 가량 상담은 진행되었다.

그리고 매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그 어르신은 이 곳에서 계속 생활 하시겠다고 하셨다.

그 결론을 듣는 순간, 우리는 [응?] 이라고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싫다고 창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하실 때는 언제고?"

바람직하지 않은 생각이지만, 나의 개인적인 바램은 퇴소 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렇게 한 번 난리를 겪으면, 정말 온 몸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야 해서 기진맥진이 되어버린다.

결국, 그 어르신은 이 곳에서 생활을 계속 하기로 결론이 나왔다. 본인이 있겠다고 의사표현을 하니 그것 또한 우리 쪽에서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아직까지는 다른 이용자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한 적이 없으니, 우리 시설의 규칙상 강제로 내보낼 근거는 없었다.

(예전에 할머니 한 분이, 다른 할머니를 밀어 넘어뜨리고 발로 차는 일이 발생했었다.  결국 그 할머니는 우리 시설에서 나가시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시설에서 거부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나는 다시 한 번, 그 어르신을 이해하기로 했다.

인지증이 있으시니, 정확한 판단을 못하시겠지.


7. 후견인


인지증이 있는 노인들은 판단능력과 인지능력이 굉장히 취약한 상태이다. 그러한 이유로, 일본 사회에서는 인지증 노인을 책임질 주체가 필요하다.

그래서 후견인이 필요하며, 함께 고민해 줄 보호자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