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증기본법(認知症基本法) - [ 개호지식 ]

 인지증기본법(認知症基本法) - 일본국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

아직도 발전해 가는 일본의 노인복지에 관한 개인적 고찰


  얼마 전 개호시설 근무 중에 있었던 일 입니다. 

  개호시설 1층의 거실에 항상 틀어 두는 텔레비전에서 NHK뉴스가 중계되고 있었습니다. 저도 약간의 직업정신을 가지고 있는 터라, 자연스럽게 뉴스에 눈이 가고 귀를 기울이며 집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본 국회 본회의장에서 [인지증 기본법] 이라고 하는 법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어 통과 되었다는 내용을 시작으로 뉴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인지증 기본법이 뭐지?'
  '응, 만장일치? 아니 공산당 회의도 아니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만장일치가 나올 수가 있나?'

라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뉴스를 시청하였습니다.

  나의 일본어 학습은, 순전히 독학으로 대충 공부한 터라, 크게 일본어에 자신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인들 앞에서 기가 죽어서 말도 못하는 그런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본어를 잘한다고 하기에도 애매 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뉴스같은 방송을 볼 때면, 초 집중을 하며 뉴스에 귀를 기울입니다. 아마도 70%정도는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만장일치 라고 들은 것 같으니, 그렇다고 치고 계속 다음 뉴스를 들어보기로 로 했습니다. 만장일치라니... 한국보다 민주주의의 시스템이 본질적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은 듯한 사회가 일본사회인데, 그래도 만장일치 라는 결과는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지증에 관한 법안 통과에 국회의원 만장일치라니... 인지증이라는 개념은, 일본에서 커다란 과제 이자 사회적 이슈 이며 대중들의 관심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어찌되었든 일본의 국회의원들도 사회의 분위기를 읽어나가며 정치를 할 수 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인지증 기본법] 이란, 인지증(치매)의 노인과 그 가족들을 돕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뉴스에서 간략하게 법을 소개했습니다. 사실 저도 이 법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 본 법령입니다.

  이와 더불어 일본 국회는 [인지증 시책 추진본부] 를 세우고, 그 목적을 다음과 같이 한다며 부연 설명을 했습니다. 

  [인지증이 있는 노인이 존엄성을 유지한 채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도록, 시책(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하여 추진한다]

  인지증 시책 추진 본부 설립의 목적입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히 이 문장 하나만을 두고 판단해 보아도, 일본 사회가 얼마나 인지증에 대하여 고심하며 그 무게감에 집중하며 연구하고 있는지 느껴질 정도 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지증 시책 추진본부] 는 그 설립 목적을 근거로 앞으로 여러가지 노인들을 위한 정책을 계획하고 구체화 시킬 것 같습니다. 그 계획을 세워가는 중심에 인지증을 가진 노인(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의견을 근거로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인지증으로 인한 어려움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인지증을 앓고 있는 노인 본인 들이며, 그리고 그의 가족들 입니다. 그들에게서 중점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정부차원에서 무엇을 해야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인지 물어가면서 일을 진행하겠다고 합니다. 탁상공론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새로 시행되는 [인지증 기본법] 의 기본 취지가 이러하다면, 일본의 '인지증의 지원과 이해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 등은 현재 보다 더 나아질 것이 분명합니다.

  현재, 일본의 노인 중 600만명이 인지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체 일본 노인인구의 5분의 1이라고 합니다. 노인들 중 20% 정도가 인지증이 있다고 하네요. 2025년에는 인지증 노인이 7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민간 조사기관이 아닌, 일본의 정부기관인 '후생노동성'이 그렇게 분석하고 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신빙성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 노인이 많으니, 당연히 인지증을 앓고 있는 노인도 많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지만, 통계된 숫자로 들으니 확실히 실감이 났습니다. 그리고 이 어마어마한 숫자를 듣고 나니, 일본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행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인의 나라 일본 입니다. 정말 길거리를 걷거나 횡단보도 양쪽에서 교차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장되어 말하면 5명 중의 4명은 노인 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현재 일본이 가지고 있는 노인에 대한 복지,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개호 시스템은 충분히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 사람들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 점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일본은 굉장히 보수적인 사회라 [변화] 에 대하여 매우 소극적 입니다. 아직도 팩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출퇴근 때는 종이로 된 카드에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사회 입니다. 극도의 아날로그 상태를 추구하고 있는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사회임에도, 인지증에 대해서는 새로운 법과 제도와 기술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정도로 이 사회는 노인과 노인복지에 대한 중대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지증 기본법] 은 이제 시작단계의 법령이라, 저도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아마도 관계된 공무원 조차도 연구하면서 일을 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히 현장에서 변화는 느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법으로 인해 어떤 긍정적인 변화들이 있는지 살펴보며, 여러분과 나눌 수 있는 내용이 있으면 다시 이에 관련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