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호시설에서 울려퍼지는 아리랑 - [ 에세이 ]
일본과 중국의 할머니, 그리고 재일교포 할머니가 함께 부르는 아리랑
제가 근무하고 있는 개호시설에서는 오전 11시에 체조를 합니다.
체조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리하비리 체조, 구강체조, 의자에 앉아서 하는 체조 등 여러가지 체조를 매일 번갈아가며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개호직원이 직접 노래를 부르며 하는 체조도 있습니다.
제가 있는 개호시설에는 다국적의 노인들이 모여 있습니다.
물론 여기는 일본이기에 일본 어르신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한국의 어르신이 많습니다. 재일교포들 이십니다. 그 외에 중국국적의 어르신이 있으며, 베트남 국적의 어르신도 계십니다.
개호직원이 체조를 리드할 때에는 보통 일본의 동요를 부르며 체조를 합니다.
노인 분들이라 큰 동작은 어렵고, 아주 간단한 동작을 반복하는 것으로 체조시간이 채워집니다.
양 손을 번갈아가며 올리거나, 양 발을 번갈아 가며 앞으로 천천히 올리거나 하는 동작이 대부분일 뿐입니다.
제가 일하는 개호시설에는, 아주 예의가 바르며 상냥한 남자 직원이 있습니다. '야마다' 씨 라고 하는 분입니다. 그 분은 한국을 너무 좋아하신 나머지 '아리랑' 노래까지 한글로 부르실 줄 아시는 분이십니다.
그 분이 체조시간을 담당하실 때면, 모두가 함께 '아리랑'을 부르며 체조를 합니다. 처음 이 광경을 접했을 때, 참 신기하기도 하고 기가 차기도 했습니다.
일본인 직원이 선창하고, 중국과 일본, 그리고 재일교포 어르신, 때로는 베트남 어르신 까지 아리랑을 따라 부르시며 체조를 하시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약간 황당 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어른들이, 아리랑 이 노래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지 못할 텐데 그저 따라 부르시고 있으시네. 일제시대에 억울함과 한이 뒤섞여 있는 그 감정이 이 노래에 담겨 후대에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이 사람들이 알면 기가 막힐텐데)'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깊이 생각할 겨를은 체조시간에 없습니다. 그저 일본인 직원의 동작을 잘 따라 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 바쁘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인 저로서는 '야마다' 씨에게 왠지 고마울 뿐 입니다. 아무런 차별없이, 선입견 없이 우리나라의 민요를 불러 주는 것만으로 고마움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