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사 그리고 초라한 이삿짐 - [ 에세이 ]
그녀의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작별인사, 이사, 그리고 조촐한 이삿짐
미치코 할머니는 내일 다른 시설로 입소할 예정이다. 우리 시설에서 약 한 달간 데이서비스를 이용하시다 당뇨병으로 인하여 인근 병원에 3개월간 입원하여 치료를 받으셨다. 그리고 퇴원 후, 우리 시설에서 일주일간 쇼토 스테이(개호시설의 단기숙박 서비스)를 하셨다. 그리고 내일 다른 지역에 있는 개호시설로 가시게 된다.
미치코 할머니는 약 50년간 조카딸과 함께 생활을 하셨던 분이시다. 실질적인 가족은, 함께 생활하는 조카딸 한 명이다. 이 조카딸은 미치코 할머니에게 있어서 때로는 조카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본인의 딸처럼 생각하며 함께 의지하며 생활을 함께 해 온 유일한 핏줄이다.
미치코 할머니의 가족관계가 불분명하여 현재 파악된 가족관계는 오직 조카딸 한 명이다. 개호직에서 근무하다 보면, 가족관계가 불분명한 노인들이 의외로 많다. 미치코 할머니에게 가족사항을 물어도 인지증으로 인하여 대답이 정확하지 않다. 게다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조카딸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어 이 쪽으로도 정확한 정보의 취득이 어렵다. 어떠한 것을 질문할 경우, [잘 모르겠다]라는 대답이 가장 많고, 질문에 대한 대답을 받았을 경우에도 며칠 뒤에 같은 질문을 할 경우, 전혀 다른 대답을 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부족하다.
미치코 할머니가 당뇨병 치료차 병원에 입원해 있을 동안, 구청 직원은 지역 케어매니저와 함께 조카딸이 홀로 생활할 수 있는 저렴한 집을 마련해서 조카딸을 이사하도록 도왔다. 얼마 전 까지 미치코 할머니와 함께 생활했던 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월세로 이사를 하도록 제공한 것이다. 아마도 두 사람에게 주어지는 생활보호 보조금이 각자 생활하게 될 경우,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더 적어지기에 그런 조치를 취한 것 같다. 참 여러모로 칭찬받을 일본 행정 시스템이다. 장단점이 있는 일본 사회이지만, 장점도 곳곳에서 많이 보인다.
미치코 할머니는 조카딸이 새로 이사한 집을 한 번 확인하고 싶어하셨다. 조카딸이 혼자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인지. 혼자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기에 적합한 환경인지. 주변 환경은 어떠한지 확인하고 싶어 하셨다. 그것은 필시 부모의 마음이었다. 인지증을 가지고 있는 본인이지만, 지적장애를 가진 조카딸이 걱정되는 모습 이셨다.
오후 늦게 미치코 할머니와 조카딸의 집을 방문했다. 이전에 살던 동네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평소 밝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말을 거시는 미치코 할머니는 조카딸을 향해서도 항상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셨다.
조카딸은 우리가 출발했다는 말을 듣고,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현관 문 밖에 나와 서서 우리를 아니 미치코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주님~ 안녕하세요. 언니 공주님이 집에 왔습니다~"
라며 밝은 목소리로 조카딸을 부르셨다. 굉장한 연세 이시지만, 아직까지 동화속 소녀의 감성이 남아있는 분이다. 조카딸도 밝은 목소리로 미치코 할머니를 맞이했다.
"언니 공주님 어서오세요. 오늘은 옷도 예쁘네요"
미치코 할머니는 집 안에서 한참을 조카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미치고 할머니는 새로운 거처로 가지고 갈 본인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돌아가신 남편의 이름이 새겨진 목판 명패(이것의 일본어 명칭을 아직 모르겠다. 나중에 일본직원에게 물어봐야겠다) 남편의 사진과 부부가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50년도 더 되어 보이는 액자들을 챙기셨다. 그리고 간단한 옷가지들.
그렇게 챙긴 미치코 할머니의 짐은, 적당한 크기의 종이 쇼핑백으로 3개가 되었다. 이 짐이 미치코 할머니의 마지막 이삿짐인 것이다. 90년의 인생을 살아왔지만, 마지막으로 지낼 곳으로 가져갈 이삿짐이 이것 뿐 이라니.
겨우 이것 뿐인가...
괜스레 나의 기분이 서글퍼 졌다. 당사자인 미치코 할머니는 싱글벙글 웃으며 밝은 모습을 보이시고 계신데, 정작 내가 허망함(?)이 느껴졌다.
조카딸과 이야기를 나누고 승용차에 타기 직전, 밝은 모습의 미치코 할머니의 모습과 달리 조카딸의 목소리가 약간 떨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별의 슬픔에서 오는 떨림이리라.
다시 언제 만날지 모르는 이별은 누구에게나 슬픔이다. 아마도 미치코 할머니는 혼자 힘으로 조카딸을 만나러 오지 못 할 것이다. 그리고 지적 장애가 있는 조카딸도, 차로 2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혼자 찾아가기에 너무 힘들 것이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이별 속에서 두 사람은 작별인사를 했다.
단지 종이로 된 쇼핑백 3개를 손에 들고, 미치코 할머니는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 그녀의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사를 위한 조촐한 이삿짐.
초라한 이삿짐 종이가방 3개가 나를 슬프게 했던 오늘의 근무 에피소드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