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원한 아이돌 '이시하라 유지로' 아이시떼루~!

 * 우리나라에서 아주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라도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국민 가수가 누가 있을까요? 조용필이나 심수봉 정도면 아주 아주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라도 알 수 있는 국민가수 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아는 가수가 있듯이, 일본에도 그런 유명한 가수가 있습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노인시설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주위 사람들에게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말하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 가수가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는 이야기를 정말 매일 하십니다. 그 할머니에게는 그 가수가 영원한 사랑 이자 영원한 아이돌 인 것 처럼 보입니다. 그 할머니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어느 날,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던 한 이용자 할머니가 나에게 밑도 끝도 없이 뜬금없는 질문을 하셨다.

"아나따, 이시하라 유지로 싯떼루?" - [너, 이시하라 유지로 라고 알아?]

"네? 뭐라구요? 이시? 뭐라구요?"

"이시하라 유지로"

"네? 혹시 사람 이름인가요?"

"응"

"그게 누군데요? 이시하라 사토미는 들어 본 적 있네요"

"사... 뭐? 뭐야 그게? 이시하라 유지로! 너 몰라?"

"몰라요. 누구죠? 그 사람이? 할머니 애인이에요?"

"아니, 가수"

"가수요?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라고 나는 대답했고, 할머니는 내 말은 그냥 가볍게 무시 한 채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이어 나가셨다.

"이시하라 유지로가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어"

"그래요? 이시하라 유지로 인기 많아요?"

"물론이지, 제일 유명한 가수야"

"그래요? 요즘 일본에서 BTS 가 제일 유명한 것 같던데요?"

"뭐? 비 뭐? 뭐라는 거야?"

"이시하라 유지로는 몇 살인데요?"

"죽었어"

"네???? 죽어요? (뭔 이야기가 산으로 올라가니~인지증 노인과 대화를 하다보면 이야기가 자주 산으로 가고, 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갑자기 이야기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40살에 죽었어"

"왜 죽었어요?"

라고 내가 물었지만, 내 질문은 그저 귓등으로 들으시고, 본인이 하시고 싶은 말만 계속 하셨다.

"이시하라 유지로의 장례식에는 사람이 많이 왔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모였어"

"아니 할머니, 그 가수 장례식 까지 갔어요?"

"아니, 나는 안갔어. 텔레비전 으로 봤어"

'(아니, 할머니 지금,  저희 둘의 대화가 뭔가 이상한 건 알고 계시죠?)'


 가끔 인지증이 있는 노인들 과의 대화는, 나의 머리를 갸우뚱 하게 만들어 버린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그 분들의 상상인지 구분을 못할 때가 많다. 나는 근처에서 다른 업무를 보고 있던, 일본인 직원에게 물어 보았다.

"모리타씨? 이시하라 유지로 라고 들어봤어요?  일본가수 라고 하시는데?"

"응, 가수 맞아요. 옛날 사람인데, 꽤 오래 전에 돌아가셨어요. 한 40년 정도 전에 돌아가신 것 같은데. 유명한 가수 맞아요. 아마 일본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 이름 한 번 정도는 다 들어봤을 거예요"

"(엥? 이 할머니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었어?) 할머니, 진짜 가수 맞나봐요. 모리타 씨도 [이시하라 유지로]를 알고 있네요?"

"모찌롱~ 모찌롱~(물론이지) 우리 집에 가면, 항상 텔레비전에 이시하라 유지로가 나와요"

'아주 오래 전에 유명했던 옛날 가수였던 것 같은데, 요즘 텔레비전에 계속 나올 리가 없지. 아마 예전에 보았던 프로그램을 계속 오늘 처럼 기억하나보다. 그렇게 좋은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내가 여기 텔레비전에서 이시하라 유지로가 나오게끔 해 볼까요?"

"진짜?"

"모찌롱~ 모찌롱~ (물론이죠)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라고 할머니에게 자신 있게 말을 하고는, 텔레비전의 기능 중에 유튜브 기능을 찾았다. 요즘의 텔레비전은 참 좋은 기능이 많다. 유튜브 는 물론이고 넷플릭스 시청도 가능하다. 나는 리모컨을 이용하여, [이시하라 유지로]라는 검색어를 히라가나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60년대? 70년대? 그 정도 예전에 방송 되었을 법한 영상들이 나왔다. 그리고 매우 평범해 보이는 옛날 아저씨의 얼굴도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는 남자가 설마 이 사람인가? 옛날에는 아이돌의 기준이 지금과 다르겠지. 그래도 BTS 같은 아이돌을 보다가 예전의 아이돌을 보니 그저 말을 아끼게 되었다. 이 얼굴은 그냥 옆집 아저씨 잖아. 우리 옆집 아저씨도 이렇게 생긴 것 같은데?

"할머니, 혹시 이 남자가 이시하라 유지로 맞아요?"

라고 나는 물었고, 내 물음과 동시에 내 옆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는 박수를 치시며, 함박 웃음을 지으시며 소녀처럼 좋아하셨다.

"홍. 홍. 홍. 유지로! 유지로! 너 정말 대단하구나. 스고이~ 스고이~"

라며 나를 칭찬하였다.

 나는 그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던 일본 가수 이시하라 유지로. 그러나 내 옆에 있는 이 할머니에게는, 당신 인생의 아이돌 인가 보다. 이 할머니의 이상형이 이런 남자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그 뒤로, 그 할머니는 한참 동안이나 유튜브 영상을 재생해 놓았던 텔레비전 앞에서 떨어지지 않고, 그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을 보고 계셨다. 그 동영상은 아마 40여전 전에 방송 되었던 텔레비전 방송 같았다. 그리고 그 할머니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노라니, 영락없이 아이돌을 보며 눈이 하트로 변해 버린 소녀팬의 모습 이었다.

 여자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마음 만은 여전히 소녀이다 라는 말은 사실 이었다.


 그 후로, 언젠가 그 할머니의 집에 방문 했던 적이 있다. 그 할머니의 방에 들어가니 할머니가 항상 시청하시는 작은 텔레비전이 있었고, 그 옆에는 (요즘에는 그 모습을 찾아 보려 해도, 전혀 보이지 않는) 비디오 플레이어와 비디오 테잎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 곳에 수북이 쌓여 있었던 비디오 테잎들은 모두 [이사하라 유지로]의 텔레비전 방송을 녹화해 둔 비디오 테잎 들 이었다. 

 그 할머니가 집에 있을 때면, 항상 이 테잎을 틀어 두고 시간을 보내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결국, 그 할머니가 예전에 나에게 말씀하셨던 '우리 집에 가면, 항상 이시하라 유지로가 텔레비전에 나온단다' 라는 이야기는 사실 이었던 것이다. 

 오늘도 그 할머니는 나에게 이야기를 하셨다.


"이시하라 유지로가 세상에서 제일 잘 생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