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짜오~ 베트남 홍씨 할아버지

 주임 케어매니저로부터 연락이 왔다. 주임 케어매니저는 케어매니저 근무 경력이 상당한 사람들 중 일정 교육을 추가로 받고 난 뒤 취득할 수 있는 자격 이자 노인개호 에서 중요한 일을 맡고 있다. 개호가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내고, 일본의 정당한 개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여러 기관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임 케어매니저 로 부터 앞으로 우리 시설로 오게 될 이용자의 신상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 93 세의 베트남 남성이다. 성함은 [홍] 이라고 적혀 있다. '홍'이라고? 베트남 이름이 한국 이름하고 비슷하네? 한국 이름 인 것 같은 느낌? 홍씨 할아버지? 라는 생각을 하며, 간략한 개인정보를 읽어 보았다. 일본어로 대화는 거의 가능하지 않다 는 내용이 있었다. 그럼, 무슨 말로 해야 하나? 베트남어? 여기서? 누가? 어떻게?

 홍씨 할아버지가 우리 개호시설로 오기 전 날, 나는 스마트폰으로 베트남어를 검색했다. 베트남어로 인사는 [신 짜오] 라고 하는 것 같다. 혼자 입으로 웅얼거렸다. 신짜오~ 신짜오~ 신짜오

 홍씨 할아버지가 개호시설로 처음 오시던 날, 나와 시설장은 현관 밖으로 나가 홍씨 할아버지가 타고 오시는 봉고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뒤 홍씨 할아버지는 도착하시고 차에서 내리셨다.

나는 전 날 밤에 열심히 연습했던 베트남어를 사용하여 인사를 했다.

"신 짜오~"

라고 홍씨 할어버지 에게 인사를 했다. 그 뒤에 홍씨 할아버지의 반응을 조심히 살폈다. 홍씨 할아버지는 나를 잠깐 바라보시더니,

"신 짜오~"

라고 답변 같은 인사를 하셨다. 아마도 나의 첫 베트남어가 성공한 것 같다. 스마트폰에서 베트남어를 제대로 검색한 것 같다. 

그러나 그 이후 부터는, 내가 알고 있는 베트남어는 없으니 일본어로 천천히 이야기를 건네 보았다.

"하지메 마시떼, 니홍고 데끼마스까?" (안녕하세요 일본어 할 줄 아세요?)

라고 물으니, 3초간 정적이 흐른 뒤,

"와까라나이" (일본어 - 몰라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와까라나이' 일본어는 하시고 계신데? 혹시 다른 간단한 일본어는 하실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홍씨 할아버지를 거실로 모시고 왔다. 의자에 앉도록 권한 뒤에 보리차를 한 잔 드렸다. 홍씨 할아버지는 베트남어로 나에게 뭐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의미를 모르겠다. 아마도 [고맙다] 라고 베트남어로 하신 것 같다. 나도 외국인의 입장으로 외국에서 몇 년을 굴렀기 때문에 눈치가 9단이다. 눈치로 상황을 이해하기도 한다. 일단, 홍씨 할아버지 옆에 앉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케어 매니저가 나에게 말했다.

"아, 홍 씨는 영어를 할 줄 아는 것 같던데? 영어 비슷한 말을 가끔 했어"

라고 나에게 새로운 정보를 주었다.

"당신, 혹시 영어 할 줄 알아?"

라고 나에게 묻길래, 근거 없는 자신감 이지만 할 줄 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내 머리속을 뒤집어 까서 중학교 영어, 고등학교 영어, 있는 영어, 없는 영어를 총 동원 시킨 뒤에 용기 내어 문장 하나를 홍씨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나이스 투 미츄~ 캔 유 스피크 잉글리시?

부끄러운 영어 한 문장을, 자신 있게 말했다. 그 후, 홍씨 할아버지로부터 대답이 돌아오기는 했는데, 그 대답이란,

"와까라나이" (몰라요)

였다. 아마도, 홍씨 할아버지가 알고 있는 일본어는 [와까라나이] 밖에 없는 듯 보인다. 나는 케어 매니저에게,

"영어 모르시는 것 같은데요?"

"이상하네 분명히 영어 비슷한 말을 하는 것을 봤는데?"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 도중에 구엔 씨가 출근을 했다.

"아, 우리에게 구엔 씨가 있었지?"

구엔 씨는 베트남 사람이며, 최근에 우리 시설에 입사한 직원이다.


"구엔 씨, 여기좀 와서 우리를 도와줘요. 너의 도움이 필요해"

라고 부른 뒤, 홍씨 할아버지를 소개했다.


 그 뒤, 구엔 씨는 유창한 베트남어로(모국어가 유창한 것이 당연 하지만) 홍씨 할아버지와 대화를 이어 나갔다. 우리는 한 숨을 돌렸고, 홍씨 할아버지의 표정도 한결 밝아 졌다. 아마 홍씨 할아버지도 이 상황이 매우 난처 하셨을 것이다.

 그렇게 홍씨 할아버지는 우리 개호시설 과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그렇게 새로운 출발을 하시게 되었다.

 나중에, 구엔 씨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홍씨 할아버지가 사용 했었다고 하는 영어 같은 언어는 프랑스어 라고 한다. 베트남은 예전에 프랑스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 시대에 태어났던 홍씨 할아버지는, 베트남어와 프랑스어 모두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프랑스와의 전쟁에도 참전한 참전용사라고 했다. 프랑스와 베트남 전쟁 이야기를 일본에서 듣다니.

 개호시설에서 근무를 하고 있노라면, 책 혹은 영화 속에서 접했던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다. 인류의 근 현대사를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이 이 곳에 모여 있는 것이다. 

 조금 거창하게 표현해 본다면, 노인 들의 살아온 과거는, 곧 우리 인류의 역사이지 않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