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신분으로서 느끼는, 일본어의 벽
* 일본은 초 고령화 사회입니다. 일본의 초 고령화 사회는 수 십년 전 부터 시작 되었으며, 그렇게 지금 까지 흘러 왔습니다. 일본의 초 고령화는 직장에서의 일손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분야를 막론하고 일손이 부족합니다. 더욱이 모두가 기피하는 개호현장(노인요양직)에서는 365일 상시 부족 상태입니다. 노인이 많은 사회이기에 개호시설 마다 입소하는 노인은 넘쳐나지만, 그에 비하여 그 노인들을 케어 할 일손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일본은 이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른 나라로 부터 개호현장의 인력을 공급받기 위해 여러가지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미 그러한 나라로부터 인력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개호시설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하여, 현재 일본과 경제적으로 연계된 나라는 미얀마, 필리핀, 베트남 입니다. 이 세 나라로 부터 인력을 공급받아 수 많은 젊은이들이 일본으로 오고 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재팬 드림을 꿈꾸며 일본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이곳에 오고 난 이후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큰 벽에 부딪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첫 번째로 다가오는 어려움은 언어의 벽입니다. 이 벽에 부딪혀 넘지 못하고 모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고, 일본 내의 본인들의 커뮤니티 내에서만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도 일본에서 한동안 언어로 인해 우울했던 나날을 보냈습니다. 매일 일본어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습니다. 누가 일본어가 쉽다고 말을 했는가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며, 떠오르는 대로 글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 새로운 직원이 입사했다. 이름은 '구엔'. 베트남 사람이다. 나처럼 이 사람도 이곳에서 외국인이다. 일본의 노인시설에 종사하는 스텝 중에는 나처럼 외국인이 많다. 아니 엄청나게 많다. 물론 내가 근무하고 있는 노인시설에도 외국인 직원이 1/3이나 된다. 엄청난 비율이다.
몇 년 전 '실무자 연수 과정'의 교육을 받고 있을 때, 강사가 강의 중에 '일본의 요양시설(개호시설)에 근무하는 외국인의 비율'에 대하여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일본 전국에 있는 외국인의 숫자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외국인을 국적으로 분류하여 봤을 때,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국적의 순서는 1. 미얀마, 2. 인도네시아, 3. 베트남, 4. 필리핀 이라고 했었다. (내 경험으로 비추어 보아도 그 말은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았다. 미얀마, 인도네시아, 베트남 사람이 주변에 많이 보인다). 일본 사회의 전체적인 평균연령도 높아져 가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요양시설에 근무하는 인력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노인 요양시설에 근무하는 것은 화려하지도 그리 즐겁지도 않다. 일의 내용도 일반적인 구직자가 원하는 일도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은 외국으로부터 부족한 인원을 보충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그 비중이 높아질 것 같아 보인다는 것이 그 강의의 주요 내용이었다.
그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직장에도 외국인 직원이 많다. 미얀마, 인도네시아 사람은 없지만, 베트남과 중국 국적이 많다. 그리고 한국 국적의 직원들이 있다. 또한 직장 근처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꽤 많이 보인다. 미얀마 인지 인도네시아 국적의 사람들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많은 외국인이 현재 일본 내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일본 편의점에 가면, 일본인 직원보다 외국인 스텝이 더 많은 것 처럼 느껴진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외국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단, 의사소통의 벽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교과서에서 세월아 네월아 공부 하던 문장들이 바로 실전에서 쓰인다. 그리고 상대방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자괴감 에 빠지게 된다. 또한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했다고 할지라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여,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버리거나 혹은 혼란스러운 언어의 폭풍이 발생하거나 이 둘 중의 하나의 상황이 생긴다.
최근에 내가 일 하는 직장에 새로 입사한 베트남 사람 '구엔' 씨 역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바로 찾아왔다. '구엔'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의사소통이 매끄럽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구엔씨, 처음 뵙겠습니다"
"하이! ('하이'는영어가 아니다, 일본어로 [네]라는 대답의 의미를 가진다)"
"혹시 이 전에 노인개호시설에서 일 해 본 적이 있어요?"
"하이!"
라고, 짧게 대답이 반복적으로 돌아왔다.
"그래요? 개호시설 경험이 있군요. 어디에서 일을 했었어요?"
라고 내가 되물었다.
"하이!"
"(응? 어째 불안하다?) 구엔씨? 과거에 어디에 있는 노인 개호시설에서 근무를 했었어요?"
"스미마셍~ 와까리마셍~ (미안합니다. 몰라요)"
아마도, 내 말을 처음부터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다. 쉬운 질문을 해보자.
"구엔씨, 일본에 언제 왔어요?"
라고 질문의 레벨을 낮춰서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말 대신 손가락을 4라는 표시를 했다.
"4년 전에 왔어요?"
"하이!"
'(??? 이곳에 4년을 살았던 일본어 레벨이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물었다.
"4개월 전에 왔어요?"
"하이!"
'(응? 너 내 말을 이해하고 나서 대답을 하는 거니?)'
다시 질문을 했다. 이번에는 어지간하면 [네] 라는 대답이, 아닐 법한 질문을 했다.
"4일 전에 일본에 왔어요?"
"하이!"
'(??? 역시 내 느낌이 맞는 것 같아. 얘는 지금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어느쪽이이에요? 4년 전이에요? 4개월 전이에요? 4일 전이에요?"
"스미마셍, 와까리마셍~(미안합니다. 무슨 말인지 몰라요~)"
난처하다. 당장 오늘 부터 같이 일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함께 일을 하지?
'구엔' 씨를 보고 있으니, 몇 년 전 나의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역시 일본어를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기초수준의 문장도 이해하지 못했고, 말하지 못했다. 매일 집에서 반복했던 일은, 당장 필요한 문장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 뿐이었다. 그 때는 공부라는 느낌보다는 연습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던 것 같다. 당장 슈퍼에 가서 물을 사와야 하고, 당장 버스를 타야 하는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참고로, 슈퍼의 일본 발음은 [스-파-], 물은 [오미주]이다. 그리고 버스의 일본 발음은 [바-스] 이며, 티켓은 [치켓토] 라고 발음한다. 시작 부터 순탄치 않았다.
나는 그 흔한 JLPT(일본어 능력시험)조차도 응시 해 본 적이 없었다. 히라가나도 읽지 못하는데, 어떻게 시험을 보겠는가. 그저 기초 일본어 책을 사서 기초적인 문장을 외우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예를 들어 [오늘의 점심 메뉴는 무엇입니까?] 라든지, [나는 일본의 음식 중에서 스시를 가장 좋아합니다] 라는 평범하고 자주 사용할 것 같은 문장을 외웠다] 당장 현관문을 나서면 일본사람으로 둘러쌓이는 상황이 된다. 뭐라도 머리 속에 담아두지 않으면 안된다. 사실 나는 스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초 일본어 책에 나온 예문이 [나는 스시를 좋아합니다] 라고 적혀 있었기에, 그 당시 일본 사람과 대화를 할 때면 항상 그 문장을 말했었다. 일단, 어떤 말이라도 해야 했으니, 나는 스시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말하기로 했다. 사실 나는 스시 보다 일본 돈가스를 더 좋아한다. 일본에는 여러가지 유명한 돈가스 체인점이 있고, 나는 [KYK 돈가츠] 를 좋아한다. 나는 한국에서 돈가스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최초로 먹어본 일본 돈가스가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 [KYK 돈카츠] 를 한 번 먹어본 후 이런 느낌을 가졌다.
"응? 나 돈가스 좋아했었네?"
그 뒤, 일본 사람들과 대화를 다시 할 기회가 있었을 때, [나는 일본 음식 중에 KYK 돈가스를 가장 좋아합니다] 라고 스시 문장을 돈가스 문장으로 바꾸어 말했다. 그랬더니, 상대방의 반응이 이 전 과는 달랐다. 이전에
"나는 스시를 좋아합니다"
라고 말을 했을 때는, 상대방으로부터,
"아, 그렇습니까?"
라고 대화가 끊겼는데, 좋아하는 음식을 구체적으로 말했더니 상대방과의 대화가 풍성해 졌다. 같은 [KYK 돈가스] 라고 할지라도 체인점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 어떤 지점이 본인이 생각할 때 가장 맛있다는 이야기. 양배추 샐러드가 맛있다는 이야기 등으로 이야기가 풍성해 졌다. 이렇게 조금씩 외국어를 익혔다. 그리고 재미도 느끼기 시작했다.
일본어의 히라가나를 조금 읽을 수 있게 될 때 즈음에, 겁도 없이 일본 요양시설에 지원을 했다. 그 시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구직자 모집을 하고 있었으며, 여러가지 선택 사항을 간단하게 클릭만 하고 전화번호만 적어 두었다. 며칠 뒤에 연락이 정말로 왔다.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일본어는 사실 거의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력서를 가지고 면접을 보라고 오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력서를 들고 그 시설로 찾아갔다. 면접 장소로 안내를 받은 뒤, 종이를 한 장 받았다. 무언가 일본어 문장이 적혀있었고, 내가 질문의 답을 적어야 하는 것 같았다.
난 그 질문들 중, 단 한 줄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입사 동기나 지금까지의 경력등을 간단히 적으라는 항목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면접을 진행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결국 채용되지 못했다.
그렇게 착잡한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일반적인 직장으로 당분간은 취업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일본어의 능력이 필요하지 않는 곳을 찾아야 했다. 호텔의 식당, 그중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찾았다. 주로 호텔 조식시간에 음식 진열과 설거지가 나에게 주어진 일이었다. 하루는 조리장이 설거지를 하고 있는 나에게 일을 시켰다.
"지금, 밖에 나가서 사케 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해 줄래?"
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아침부터 사케? 누가 아침 부터 술을 마시나?' 라는 생각을 하며,
"오사케? (술이요?)" 라고 되물었다.
조리장은,
"샤케! 샤케!"
라고 하더니, 한숨을 후~ 내 뱉더니 결국 본인이 직접 확인을 하러 갔다. 조리장의 뒤를 따라가서 나도 확인을 해보았다. 조리장은 '술'이 아니라 '생선'의 남은 수량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 생선의 이름이 샤케 다"
라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 때, 알았다. 연어구이의 일본어는 鮭 [사케] 혹은 [샤케] 라고 발음한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간단하게 '연어구이'라고 하면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 음식은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鮭の塩焼き [연어 소금구이] 라고 불리우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샤케 라고 말하면 일본사람 모두가 이해한다. 일본인들의 아침식사로 매우 보편적인 반찬이라고 할 수 있다. 바쁜 아침 식사 준비 시간에, お酒(오사케, 술)와 鮭(샤케, 연어)를 구분 못하고 허둥대고 있으니, 그 조리장이 답답함에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스운 추억이지만, 일본에 처음 와서 겪는 하루하로의 일상은 매우 피곤하고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일본의 개호시설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에도, 개호의 길 자체도 매우 힘이 들고 피곤 했었지만, 일본인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힘들었다. 그 당시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일본어 라고 해봤자 [스미마셍]과 [와까리마셍] 정도의 단어만 가능 했었다. 최근에 입사한 베트남 사람 '구엔' 씨와 완전히 같은 상황이 아니었던가. '구엔' 씨도 본인에게 주어진 삶의 과제를 잘 풀어 헤쳐 나가 외국에서 평범하고 일반적인 삶을 일구어 나가기를 바래본다.
'구엔' 씨 감바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