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의 정점을 달리는 개호시설 이용자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 [ 에세이 ]

제가 일 하고 있는 개호시설에는 A국의 나라의 노인들이 적지 않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A국은 한국도 일본도 아닌 다른 나라 입니다. 나라의 이름은 특정하지 않고 A국이라고 칭하겠습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우리 개호시설을 운영하는 법인 사무실에 A국 출신의 케어매니저가 근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케어매니저의 역할은, 개호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일본에서 제공하는 개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지지하고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해당 케어매니저는 자신의 나라 출신이며, 일본에 살고 있지만,  개호 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하고 있는 노인들을 발견하여 개호시설로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개호시설이란, 바로 제가 근무하고 있는 개호시설이죠.

적지 않은 인원을 계속 찾아 제가 일 하는 개호시설로 연결합니다. 나는 그 분들이 이 도시의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전혀 보이지도 않던데,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찾아내는지 어떨 땐, 신기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이 본인의 일이니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의미이자 결과 이겠지요. 그 나라 사람들만의 네트워크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용자 분들 중, 남성 한 분이 지난 달에 자택에서 넘어지셔서 갈비뼈가 부러지셨습니다. 그리고 약 한 달간, 병원에 입원 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토요일에, 남편이 퇴원 했다는 연락이 아내분으로 부터 왔습니다. 혹시 내일 부터 약 3일간 당신들의 개호시설에서 남편이 머물 수 있겠냐는 연락이었습니다. 그 아내는 3일간 바빠서 남편을 집에서 보살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때 부터 느낌이 쎄 했습니다. 아니 오늘 퇴원 했는데, 집에서 좀 모시고 계시지, 왜 거동도 불편한 사람을 다른 곳에 부탁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가 그렇게 바쁜거지? 가족이 아파서 못 움직이는데 그 보다 더 급한 일이 있나? 남편의 존재가 귀찮은 것인가 라는 생각이 솔직히 들었습니다.

남편은 다음날 시설로 오셔서 3일간 [쇼토 스테이] 를 하셨습니다. [쇼토 스테이] 란, 짧은 기간 동안만 시설에서 지내실 수 있는 개호 서비스 입니다. 그리고 어제는 그 남편이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었습니다. 오전에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던 저는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시설장00씨 있어요?"

시설장을 찾는 전화가 왔다. 중년 여성의 목소리 였다.

"그 사람은 오늘 근무 비번 이십니다. 실례지만, 전화 하신 분은 누구세요?"

라고 말을 했지만, 상대방은 본인 할 말만 계속 했다.

"나는 일본어 못하는데, 당신 [**어] 할 수 있어요?"

라며 본인 국가의 언어를 할 수 있는지 일본어로 물어 보았다.

"아니요, 죄송한데 저는 못합니다. 그런데 실례지만 누구 시죠?"

나는 그때 혹시, [쇼토 스테이]를 했던 이용자의 가족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만, 혹시 다른 사람일 수도 있으니 재차 물어 보았다.

"시설장00씨 없어요? [**어] 할 수 있는 사람 없어요?"

"시설장 은 오늘 출근 안해요. 실례 합니다만, 누구신지 알려주시겠어요? 여기 개호시설을 이용자의 가족 분 인가요?"

나는 벌써 세 번째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나 상대방은 내 질문을 이해를 못한 건지, 무시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본인이 할 말만 계속 하고 있다. 급기야는 본인나라의 언어로 밑도 끝도 없이 나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사실 함께 근무하고 있었던 직원들 중에 [**어] 가 가능한 직원이 있었다. 그러나 일단은, 일반적인 업무전화이니 내가 평범한 매뉴얼로 대응 했던 것이고, 실제로 일본인 이외의 다른 어떤 나라의 사람이 전화를 해도 그렇게 일단은 대응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상대방은 본인이 누구인지도 이름도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가 아닌가. 

본인이 원하는 말만 계속 하더니만, 급기야는 밑도 끝도 없이, 자기나라 언어로 나에게 말을 쏟아낸다. 기본 예의가 없는 것이 전화기 너머로 느껴졌지만, 일단, **어를 할 수 있는 직원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정말로 일본어를 못해서 곤란해 하는 사람의 전화는,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 그런 사람이라면 나도 다르게 대응 했을 것이다.

"혹시 이 전화 좀 받아 보실래요? 다짜고짜 **어로 이야기 하는데 황당하네요"

라며, [**어]가 가능한 여직원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성격이 매우 온순한 그 여직원은 전화를 약 10분 정도 받으며 [**어]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다시 연락드리겠다는 말을 하며 전화를 끊었던 것 같다. 내가 어떤 상황이며 누구 인지 물으니 역시 예상대로 [쇼토 스테이] 를 했던 남성의 아내였다.

그 아내는, 오늘 집에 남편이 돌아 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남편이 치과를 가야 하니 '그 쪽에서 병원에도 데려가라'고 하는 요구를 했다고 한다. 그 상태로 집으로 돌아오면, 집에서 식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곳에 당신 남편을 3일동안 방치할 것이 아니라, 남편이 퇴원 했을 때, 치과 부터 먼저 데리고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3일 동안 뭐하시고? 그것도 몇 시간 뒤에, 집에 가는데 이제 와서야 엄청나게 다급한 목소리로 위급한 척 이야기를 해?

우리 개호시설에서는 이용자들이 병원을 이용할 때는 기본적으로 가족이 이용자를 데리고 가는 것이 원칙이다. 그 이야기를 그 직원이 했더니,

"내가 사회보험료를 얼마나 내고 있는데, 당신들 그런 것도 해주지 않느냐!" 

라고 하며 다짜고짜 화를 버럭 냈다고 한다. 엥??? 갑자기 뭔소리를 하는 거야? 그리고 본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분노는 10여 분간 계속 되었다고 한다. 황당했다. 아니 보험료를 내는 것과, 당신 남편을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이 무슨 상관인가. 황당한 것은 전화를 받은 직원도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굉장히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인 그 직원은 여기 개호시설에서는 가족이 병원을 데리고 가는 것이 원칙이라는 말만 반복했을 뿐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몇 시간 뒤에 집에 가는데? 이제서야 다급한 척 연락을 해? 

아니, 일본에 사회보험료를 얼마씩 내고 있는데?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었다. 사회보험료를 몇 억씩 내고 나서 하는 소리인가?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그것과, 이곳 직원이 당신의 남편을 병원에 데리고 가야 된다는 것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가. 그런 말을 하고 싶으면, 구청이나 시청 혹은 후생노동성 장관 앞에 가서 하지? 

게다가 그 노부부는 겨우 1년 전에, 본인의 나라에서 일본으로 입국한 부부이다. 본인들은 일본에 보험료를 낸 적도 없을 뿐더러, 일 할 수 있는 연령도 건강상태도 아니며, 아주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일본어 능력이 안된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그들에게 딸이 하나 있는데, 그 딸이 이 곳 일본에서 부모를 모시고 살겠다고 외국에서 부모를 데리고 온 것이다. 아마도 그 딸이 3명분의 보험료를 내고 있으리라. 그렇다고 한다 할지라도 딸은 그냥 평범한 회사원인데, 사회보험료를 한달에 몇 백만원씩 내는 것도 아니고. 여러가지로 아주 기가 막혔다. 설령 몇백 아니 몇천만원씩 보험료를 낸다고 한 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여기 개호시설 규정이 그러하고, 일본의 개호보험의 서비스 보장 범위가 그러한 것을.

그 이야기를 듣고, 시설장의 개인 핸드폰으로 연락을 한 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 역시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가족이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말을 전하라고 했으며, 혹시 아내가 그 상황이 안되면 딸에게 부탁을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 라는 아주 당연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이제 부터 여기 시설로 전화가 오면, 내가 다 받아서 처리할 테니, 잠시 동안만 아무도 전화 받지 마세요"

라고 일러 두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그 여성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일본어로 전화를 받았다.

"하이, 모시모시" - [여보세요]

"나 일본어 못해요. 00씨 있어요?"

라며, 이 전과 같은 질문을 나에게 했다.

"00씨 오늘 쉬는 날입니다. 실례지만, 누구 신가요?"

"나 일본어 못해요. 당신 **어 할 수 있어요?"

"죄송합니다만, 저도 **어 못합니다. 일본어 조금 하실 수 있으신 것 같은데, 천천히 말씀해 보세요. 무슨 일 이시죠?"

그랬더니, 이 전의 상황과 동일한 상황을 그 여성은 반복하기 시작했다. 다짜고짜 **어로 나에게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 번에도 그렇게 다짜고짜 당신나라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어가 가능한 누군가를 바꿔주리라 생각 했겠지. 이번에는 **어를 할 줄 아는 직원에게 전화기를 넘기지 않고 내가 계속 대응을 했다. 무례한 사람에게는 무례하게 대응 하는 것이 한국인의 성격 아닌가? 

나는 계속 일본어로 잘 모르겠다는 말로 대답을 하다가, 어느 순간 부터는 나도 한국어로 그냥 이야기를 했다. 상대방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뻔히 아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나라 말로 말을 계속 하고 있는데, 나도 그냥 한국말로 해야지 어쩌겠는가. 양쪽 서로 본인 말만 하는 수 밖에.

[**어]로 한참을 이야기 하던 상대방 여성은, 나의 한국어를 듣더니, 일본어를 들었을 때보다 더 당황한 듯 침묵 하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어를 할 줄 아는 다른 직원을 바꿔줄 것이라 생각 했던 모양이다. 예상과 다른 반응이 나와서 당황한 모양이다. 

이번에는 내가 영어로 말을 하기 시작 했다. 당신이 일본어를 못하고 한국어도 못하면 영어로 이야기 해도 내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니, 영어로 이야기 하시라 라는 의미의 말을 영어로 했다. 오해 마시라. 나는 평소에 이런 태도를, 이용자 혹은 이용자 가족에게 보이지 않는다. 무례한 태도에 걸맞는 대응을 한 것 뿐이다. 그렇게 한 참을 영어로 이야기 했더니, 갑자기 상대방 여성이 일본어로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일본어로 천천히 이야기 할게요"

내가 다시 일본어로 대답했다.

"네. 천천히 말씀하시면 됩니다"

"남편은 치과에 가야 됩니다. 오늘 집에 오는데, 아마 밥을 못 먹을 것 같아요. 그쪽 사람들이 치과를 데리고 가세요"

아니, 남편이 식사가 걱정이 되면, 3일 전에는 전혀 말을 안하고 이제서야 말을 하는가. 여기에서는, 그 남편의 치아 상태를 확인한 후, 식사 하시는것이 힘들다고 판단되어 3일 동안 매 끼니 죽을 끓여 제공했었다.

"남편 분은 3일 동안 여기서 식사를 아주 잘 하셨어요. 여기서 매 끼니 부드러운 죽을 끓여서 드렸습니다. 그리고 혹시 치과에 가야 한다면 가족이 데리고 가시면 됩니다"

"나는 오늘 바빠서 치과에 못 데리고 가요"

"그럼 어제나 그저께 데리고 가시지 그러셨어요"

"바빴어요"

"따님은 지금 뭐하시죠? 딸에게 연락하셔서 치과에 아버님 모시고 가도록 하세요. 아내분이 이렇게 걱정 하실 정도로, 치과 가는 것이 중대한 일인데 한 번 연락해 보시죠"

"딸 지금 바빠요. 그래서 병원에 못 가요"

황당했다. 본인들이 바쁘니, 니네들이 남편을 병원에 데리고 가라는 소리인가? 갈 수록 가관 이네.

"그래요? 우리도 바빠요"

"..."

"그리고 병원에 데리고 가는 일은 가족이 하는 일입니다. 그런 부분까지, 여기서 해 드릴 수 없습니다"

상대방 여성은 더 이상 할말이 없는지, 나와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딸에게 전화를 해 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일단 끊었다. 그리고 약 10분 뒤 다시 전화벨이 울려서 내가 다시 받았다. 

"모시모시" - [여보세요]

"딸이 전화를 안받아요"

나더러 어쩌라는 말인가.

"그렇군요. 유감입니다. 그렇다면 병원은 내일 이나 모레 아내분이 직접 데리고 가시면 되겠네요. 오늘 그렇게 다급하게 치과에 가려고 하지 마시고, 집에서 죽을 끓여서 남편 분에게 식사 만들어 준다면 식사는 문제 없습니다. 내일 치과에 갈 수 있도록, 저녁에 남편과 딸과 함께 상의 해 보세요"

라고 간단한 해결 방법을 알려 주었다. 간단하지 않은가? 오늘 갑자기 무슨 전쟁난 것처럼,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는 날 오전에 갑자기 생각난 듯, 다급하게 개호시설에 흥분해서 난리를 피울 일인가? 

그랬더니, 그 아내 분은 다른 제안을 나에게 했다.

"그렇다면, 오늘 오후 1시까지 집으로 남편을 데리고 오세요. 내가 병원에 데리고 갈게요"

이제야 정상적인 행동이 나온다 싶었다. 그러나 아직 말하는 뽄새가, 본인 기준이다. 오후 1시까지 집으로 데리고 가는 것은 예정에도 없고, 갑자기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 시간에는 시설 차량 운전자가 다른 곳에서 차량 운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예정되어 있던 시간에 집으로 모셔다 드리겠다고 했다. 물론 생명이 걸려있고 위급하게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차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지금은? 글쎄다. 이 상황까지 온 마당에? 

"오늘 병원에 가야 되니까 1시까지 남편을 데리고 오세요"

라며, 그 아내는 나에게 다시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는 할 수 없고, 오늘 꼭 병원에 가셔야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아내분이 직접 여기로 오셔서, 남편 분을 데리고 가셔서 치과 진료를 받으세요. 다른 가족 분들도 다 그렇게 하십니다"

실제로 그렇다. 기본적으로 이용자가 병원 진료를 희망하면, 가족이 직접 와서 본인의 부모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온다.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개호직원들을 무슨 돈 내고 부리는 시종 취급 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요구만 하면 뭐든지 되는 줄 아는 가족들. 나 때문에 너희가 월급을 받으니 내 말을 들어라 하는 분위기이다. 이런 사람들이 아주 아주 많다. 기가 막힐 일이다.

"나는 차가 없어요"

나더러 어쩌라는 말인가.

"택시 타고 오시면 됩니다"

"거기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거의 반년 이상을 이 곳에 왔는데, 이곳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아직도 몰랐단 말인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치과는 내일 가시구요. 남편 분은 저희가 오늘 저녁 5시까지 집으로 모셔다 드릴게요"

라고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한동안 말이 없으신 아내 분은 마지막으로 나에게 요청을 했다.

"[**어] 하는 사람 없어요?"

아마, 조금 전에 대응을 했던 온순 하게 대응을 했던 여직원을 찾는 모양이다.

"없습니다~"

라고 더이상의 요청을 잘라버렸다. 그 여직원은 내 바로 옆에서 전화통화를 함께 듣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네. 알겠습니다" 

라는 마지막 대답이 돌아왔고, 나도

"네.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을 한 뒤 전화통화를 마쳤다. 


만약, 우리 시설장도 지나치게 상냥한 사람이라. 이 대화 내용을 알았을 때, 나에게 잔소리를 할 것 같아서

그 여직원 에게, '시설장' 에게 특별한 보고를 하지 않도록 요청했고, 나는 시설장 에게, 큰 줄거리만 요약해 보고 했다.

"오늘 치과 진료는 힘들 것 같다고 아내 분이 이야기 하셨구요, 가족 분들이 내일 이나 모레 정도에 치과에 직접 데리고 가실 것 같아요"

라고 보고했다.

결과적으로 사실 아닌가? 그저 사실을 요약해 보고 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