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라브 아메리카~! 아이 라브 잉그리시~!
나는 노인개호시설(요양시설) 에서 일 하고 있는 개호복지사이다. 개호복지사의 업무는 한국의 요양보호사와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매일 아침에 출근 한 후, 근무 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큰 거실을 지나 락커룸 으로 향한다. 그 때 마다 항상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할머니가 한 분 계신다.
이름은 [하시모토] 씨. 항상 아침마다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다가 나를 발견하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신다.
"하~로~!"
이 말은, 일본어가 아니라 영어다. 하시모토 할머니는 나에게 [Hello~!] 라고 말하고 계시는 것이다.
일본사람은 [Hello] 를 [하~로~] 라고 발음한다. 참 기가 막힌 발음이다. 나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영어 발음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뭐라고 말할 입장은 아니다.
그래도 [Hello] 를 [하로] 라고 발음하는 것은 좀 많이 당황 스럽게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올해, 95세의 하시모토 할머니는 영어를 참 좋아하신다. 일생동안 영어를 사랑하는 마음을 꾸준히 가지고 계셨던 것 같다.
현재도 역시 영어를 사랑하시며, 영어로 인사하고, 대답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다만, 사용하시는 단어가 5개 뿐이라는 것.
* 하~로~ (hello)
* 예~쓰 (yes)
* 상~큐~ (thank you)
* 옷케~ (OK)
* 노~! (No!)
이 다섯 단어가 하시모토 할머니가 사용하시는 영어 단어이다. 비웃지 마시라. 이 다섯 개의 단어로 본인의 의사표현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하시모토 할머니를 보며 알게 되었다.
하시모토 할머니는 나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 오시고, 나는 하시모토 할머니에게 일본어로 대답을 한다.
며칠 전 아침에도, 하시모토 할머니는 나를 발견하자 영어로 인사를 하셨다.
"하~로~" (헬로우)
"오하요 고자이마스~ 하시모토상! 오겡끼데스까? (좋은 아침이에고 하시모토 씨, 건강하시죠?)
"에~쓰~!" (예스)
"요깟따 데스. 아사고항 메시아가리 마시다까?" (다행입니다. 아침식사는 드셨어요?)
"예~쓰~!" (예스)
"오차데모 잇빠이 못떼 키마쇼~까?" (보리차라도 한 잔 가져다 드릴까요?)
"에~~~쓰!!"
하시모토 씨에게 보리차를 한 잔 가져다 드렸다. 하시모토 씨는 보리차를 단 숨에 들이키셨다.
"오까와리 시마스까?" (한 잔 더 드릴까요?)
"노~!" (노!)
"데와, 낭까 앗따라 욘데 구다사이" (그럼,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저를 부르세요)
"옷케~ 상큐~" (오케이, 땡큐~)
라고 하시면서, 모든 대답을 영어로 하셨다.
하시모토 씨는 95세이다. 굉장히 건강하시고 본인의 의사표현을 명확하게 하시는 할머니 이시다. 그 연세가 되도록 그렇게 건강하신 것 자체가 대단하고 멋지게 연세를 드셨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어느 날 아침, 내가 개호시설에 출근을 하자, 여느 때처럼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계시던 하시모토 할머니가 나를 보며, 역시 언제나 처럼 영어로 인사를 하셨다.
"하~로~" (헬로우)
그날은, 나도 약간 장난기가 발동해서, 고등학교 때 배웠던 영어문장을 이용해서 영어로 대답을 했다.
"Good Morning Mrs. Hashimoto. How are you today?"
라고 나도 영어로 인사를 하자, 순간 하시모토상 할머니는 3초간 침묵을 지키시더니, 나를 쳐다보시면서 대답을 하셨다.
"안따! 나니 윳또옹?"
일본의 지방사투리이다. 한국어로 비슷하게 표현을 하면, [니 뭐라카노?]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시모토 씨는 순간 일본의 평범한 할머니로 돌아와 버렸다. 하시모토 씨의 당황하는 표정을 보며 나는 웃으며 생각했다.
'이건 좀 너무 심한 장난인가? 스미마셍~'
나는 언젠가 하시모토 씨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혹시 젊은 시절에 영어를 배운 적이 있는지 여쭤보았는데 배운 적은 없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어디서 영어를 배우셨는지 여쭤보았더니, 젊었을 때 미국에 한 번 가 본 적이 있다고 하셨다.
"그럼 젊은 시절에, 미국에서 사셨던 거예요?"
라고 물어보니, 그건 아니고 한 번 여행을 다녀 왔다고 하셨다. 한 번의 미국 여행으로 영어와 사랑에 빠지시다니 니. 그렇게 미국 여행이 그렇게 좋으셨던 것인가?
단지 한 번의 미국 여행이지만, 그것도 대단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대에 미국 여행 이라니. 지금도 일본이나 한국에서 미국으로 여행 한 번 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거의 70~80년 전에 미국 여행을 하셨다니, 그 시대 상황을 생각해 볼 때 굉장한 경험을 하신 것은 분명하다. 아마도 하시모토 할머니의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추억 중 하나가 아닐까?
하시모토 할머니의 남편 분은 오래 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지금은 곁에 계시지 않는 남편이 미국에 당신을 데리고 가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굉장히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셨다.
그랬구나.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했던 여행. 그래서 그 여행의 추억이 하시모토 할머니에게 중요하고,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즐거웠던 것이구나.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떠났던 그 여행은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추억 중 하나 이리라.
하시모토 씨는 아마도 인생의 여정이 끝나는 마지막 그 날 까지,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했었던, 미국 여행] 을 추억하며 살아 가실 것이다.
그런 소중한 추억을 가지고 행복해 하며 살아가는 삶, 그 자체로 아름답고 소중한 인생이 아닐까.
하시모토 할머니가, 지금처럼 건강하게 남은 여생을 보내시기를 바라며, 나 또한 조그마한 부분이라도 하시모토 할머니의 남은 삶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내일은 내가 먼저 하시모토 할머니에게 영어로 인사를 해볼까 한다.
"하~로~ 하시모토 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