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조선사람 이가?

  김덕순 할머니는 5년 전에 노인 개호시설에 입소하신 분이시다. 

나는 5년 전에도 지금과 동일한 일본 노인시설(개호시설)에 근무하고 있었다.

김덕순 할머니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사람이다. 그리고 일본에서 반평생을 살아오신 재일교포 이시다. 5년 전, 김덕순 할머니가 처음 내가 근무하고 있는 노인시설에 오셨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누구나 새로운 장소에 들어가면 긴장감을 감출 수 없듯이, 김덕순 할머니도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신 채, 시설장의 안내를 받아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처음 이 곳에 입소 하시던 날이 떠오른다. 노인 입소자가 요양원 즉 노인시설로 들어와 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입소라고 표현한다.

본인에게 배정된 방에서 얼마 되지 않은 당신의 짐을 풀고 계실 때 일본인 팀장이 나를 불러, 함께 그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사전에 이미 김덕순 할머니에 대한 정보를 대략 들었기 때문에 한국 할머니 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일본인 팀장이 나를 호출 했던 것도 그 이유 때문 이었다.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가능하다면 할머니의 긴장감을 풀어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처음 뵙겠습니다"


김덕순 할머니는 갑자기 뒤쪽에서 들려오는 한국말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시더니 나를 큰 눈으로 쳐다보시면서 물으셨다.


"니 조선사람 이가?"



김덕순 할머니는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셨다.

응? 조선? 갑자기? 지금이 뭔 조선시대도 아니고 조선사람이라고 물으시는 건 너무 당황스러운데? 라는 생각을 하며 대답했다.

"네. 저 한국 사람입니다. 반갑 습니다. 여기 잘 오셨어요"

"하이고 마, 반갑데이. 여기서 조선사람을 다 만나네. 고맙다. 내 마음이 갑자기 놓인다~"

"여기서 편하게 쉬세요. 어려운 일 있으시면 저에게 편하게 이야기 하시면 되세요"

"아이고~ 고맙다~"

 내 옆에서 우두커니 서 있던, 일본인 팀장은 우리가 한국으로 대화를 이어 나가고 있으니 멀뚱 멀뚱 서 있다가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 후로 약 5분 정도 김덕순 할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본에 한국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일본 노인 시설에서 한국 할머니를 만나니 참 반가웠다. 

 그 날 이후에도 김덕순 할머니는 많은 이야기를 나에게 해 주셨다.

일제 시대의 이야기, 한국 전쟁때의 이야기, 피난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일본에 오셔서 정착을 하시게 된 사정 등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다.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전혀 들어보지 못했을 이야기 등을 해 주셨다.

물론 연세가 있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도 있고, 기억이 약간 변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지어내신 것 같은 이야기도 많은 듯 했다. 물론 사실 일 수도 있지만 확인할 수 없는 것 들이다.

그리고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 될 지라도 내가 이해해야 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인지증(치매)가 있는 노인분들이 입소하시는 시설에 내가 근무하고 있기에 이해해야 한다. 

인지증으로 인하여, 인지기능과 기억장애등이 일반적으로 동반되는 것이 이 시설에 입소하시는 분들의 특징이다.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진실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어느 부분이 망상이며, 어느 부분이 기억이 변형된 부분인지 말하는 사람도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나는 그저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일 뿐이다. 그것이 나의 직업 이며 일인 것이다.

나는 이렇게 일본의 노인시설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요양보호사이다. 이 곳에서 나는 외국인 이기에, 나는 외국인 요양보호사이다. 내가 이 곳에서 수 년간 근무를 하며 느낀 점은,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라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달리기를 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 태어났으며, 최선을 다해 살아 가며,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최선을 다해 자식을 키우고,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오다 황혼을 맞이하게 된다.

인생이라고 불리는 여행길에서의 마지막 여정. 그 마지막 여행길에 동반자가 되는 것. 마지막 친구가 되는 것. 그것이 나의 직업이다.

사실 내가 이 분들에게 무엇을 해 드릴 수 있으랴. 그저 옆에서 흔들리는 걸음걸이를 부축해 드릴 뿐이다. 

 대단한 직업도 아니고, 화려한 직업도 아니며, 특별히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회에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누군가는 하고 있는 일을 나도 하고 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들. 그리고 작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스스로에게 부여해 본다.

언젠가는 나도 이들과 같은 모습으로 황혼을 맞이하게 되기에 미리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나에게 맡겨진 것들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며 근무를 한다. 

나는 외국인 요양보호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