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호시설 야간근무 중 일어난, 등골이 서늘했던 에피소드
레비 소체형 치매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지증(치매)의 분류에 [レビー小体型認知症 레비-쇼타이가타 닌치쇼] : [레비 소체형 인지증]이라고 분류된 인지증이 있습니다.
이 인지증의 특징은, 뇌 혹은 말초신경에 '레비 소체' 라고 불려지는 물질이 발견되는 것으로 신경세포를 파괴하며 인지증이 발병합니다.
인지증의 특징의 설명 만으로 무서운 인지증입니다.
주요 증상으로는 환각 혹은 환시를 동반하며, 환시(실제 하지 않는 사물 혹은 존재가 보여짐)를 동반한 증상이 발현될 때, 환시의 내용을 매우 구체적이며 선명하게 느끼며, 주위 사람들에게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이 인지증은 주로 남성에게서 많이 발견되어지는 인지증 이지만, 여성에게도 발견되기도 합니다.
제가 일본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인시설에 [레비 소체형 인지증]의 증상을 가지고 있는 한국 할머니가 계십니다.
노인 시설에서 나홀로 야간 근무를 하다보면, 간혹 무서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 할머니에게서 나타나는 환시 때문입니다. 이 인지증에 대한 에피소드를 적어 보겠습니다.
"아~~~~~악!!"
이순자 할머니가 주무시고 계시는 101호실 방에서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렸다.
시계가 새벽 2시를 막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각 야간의 사무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나는 비명 소리가 들렸던 101호실로 뛰어갔다.
"이순자 할머니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괜찮으세요?"
라고 문을 열고 방 안의 상태를 살폈다.
나는 야간근무 중이었다. 이 곳에서 야근은 1인 체재로 돌아간다. 총 3층으로 되어 있는 이 노인 시설에서는 야간 근무자가 3명이다.
한 사람이 한 층을 담당하는 것이다. 야간에 주로 수행하는 야간의 업무는, 이용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취침상태가 평온한 상태인지, 안전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는지, 이용자 개인의 건강에 갑작스런 변동이 생기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기본 업무이다.
이 외에 추가적인 업무는 이용자들의 기저귀 교환, 야간 청소, 야간 기록 작성, 야간 순찰, 그리고 다음날 아침식사의 준비 등으로 잡다한 업무가 많다. 한국의 노인시설에서도 야간 업무를 해보았지만, 일본에서의 야간 업무가 더 체력적으로 힘든 것 같다.
한국의 노인시설의 야간업무의 가장 큰 차이점을 이야기 한다면, 야간 근무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저녁 5시에 근무가 시작되어 다음날 10시까지 근무가 계속 된다. 대략 17시간 근무가 야간 근무의 기본 형태이며, 다음날 아침 잔업으로 시간이 연장되는 날도 적지 않다.
근무 시간이 객관적으로 너무 시간이 길다. 불평은 뒤에 두고 하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
나는 비명 소리가 들렸던, 101호실로 달려갔다.
"이순자 할머니,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괜찮으세요?"
라고 이순자 할머니를 부르며, 급히 상황을 살폈다.
이순자 할머니는 [레비 소체형 인지증]으로 우리 시설에 입소하신 88세의 한국인 할머니 이시다. 이순자 할머니는 천장의 정중앙을 본인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 저 놈 들이 나를 데리러 왔어!"
라고 소리를 치시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가셨다.
"저기 저 창문 너머에서 세 명이 나를 쳐다보고 있어. 까만 옷을 입고 있는 저 놈들 보이지?"
라고 나에게 말씀하시며, 계속 천장을 응시하고 계셨다. 나는 속으로,
'아니, 갑자기 이 오밤중에 왜 그러세요. 나까지 무서워 지려고 하네. 왜 그러세요. 그만하세요'
라고 속으로만 말했다.
이순자 할머니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천장의 정중앙 부분에는 커다란 사각형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이순자 할머니의 외침을 듣고 보니, 그 무늬가 흡사 커다란 창문의 형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순자 할머니는 그 사각형 무늬를 향해서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 어두운 방 안에서 그 무늬를 창문으로 인식하고 계셨던 것 같다.
"이순자 할머니, 괜찮아요. 아무도 없어요"
라고 말했지만, 이순자 할머니는,
"저기 저 놈들이~ 저기 저 놈들이 나를 데리러 왔어. 못 된 놈들!"
이라고 하시며, 계속 소리를 지르셨다.
나는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서, 방의 형광등의 스위치를 모두 올려 방을 환하게 만들었다.
그랬더니 순간적으로 이순자 할머니가 차분해 지시며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한결 차분 해지신 이순자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잠시 침대 곁에 앉아 있기로 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괜찮아요, 할머니. 내가 지켜 줄게요. 에이~ 나쁜 놈들 저리 꺼져라~!"
라고 괜스레 큰 소리를 내며, 허공을 향해 손을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얼마 후,
"고마워~"
라고 이순자 할머니는 나에게 말씀하시며,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 잠이 드셨다.
사실, 이순자 할머니의 비명 소리와 그런 구체적인 내용을 묘사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등골이 서늘해 진다.
우리나라의 옛날 이야기 속에 등장 하는 저승사자를 묘사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여기는 일본인데? 한국 저승사자가 여기까지 오나? 하는 되도 않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고요한 적막 속에서 누군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귀신인지 사람인지 모를 누군가가 자기를 데리러 왔다고 하며, 어둠 속을 향해서 소리를 지르고 싸우고 있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다면 누구인들 등골이 서늘하지 않겠는가.
요양원의 야간근무는 정말 공포영화 실사판이 따로 없다.
그 후, 일주일 뒤 나는 다시 야간근무에 들어갔다. 이순자 할머니는 그 날도 한 밤중에 소리를 지르셨다. 이번에는 조금 열려있는 방문을 바라보며 소리를 지르시고 계셨다.
"저기 저 남자 좀 쫓아내. 어떻게 좀 해봐.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잖아!"
'하~ 오늘도 역시 무서운 야간근무가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이순자 할머니의 방의 전등을 켜서 환하게 했다.
환시 증상을 보이고 있는 노인에게 가장 효과 빠른 해결책은, 주위를 환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어린 아이 였던 시절에, 밤에 무서움을 느끼면 불을 켜고 잠을 청하는 것과 같이 노인들도 그러한 느낌을 가지는 것 같다. 그리고 환시 증상을 보이는 노인들에게 실제로 효과가 있다.
[레비 소체형 인지증], [환시] 등의 지식을 이론적으로 알고 있고,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대응 방법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홀로 야간근무를 하고 있을 때, 그런 상황을 갑작스레 접하면 나도 왠지 무서움을 느낀다. 나도 결국 평범하고 연약한 사람이니까.
이순자 할머니가 야간에 소리를 지르며, 마치 본인을 데리러 온 저승사자를 보는 듯한 환시를 경험하고 있었던 야간 근무 때는, 혹시라도 다음날 이순자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것이 아닌가 라는 말도 안되는 영화같은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내가 처음 이순자 할머니의 비명과 고함을 들었던, 가장 최초의 야간 근무일 부터 지금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저승사자는 아닌 것으로 결론.
끝.